자신의 삶을 글쓰기의 소재로 삼아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이끄는 작가, 아니 에르노의 신작이다.
우선 전작인 '여자아이 기억' 이후 6만에 발표한 작품이란 기대감은 너무도 짧은 글이라 당혹스러웠다.
마치 이들의 관계가 이제 막 시작될 즈음이라고 생각하던 것에서 갑자기 뚝 멈춰버린 끝맺음은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에 대한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으려나?
글을 쓰도록 나 자신을 몰아붙이기 위해 나는 종종 섹스를 했다는 문장이 읽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것이 자신의 실제 삶을 토대로 삼아 글을 쓴다는 취지에서야 본다면 솔직하고 거짓 없는 작품을 추구하는 저자의 기존의 문학세계를 생각할 때 수긍이 가겠으나 이런 방식은 나에겐 조금 버겁게 받아들여졌다.
단 그녀가 30살의 나이 차가 있는 아들뻘 정도 되는 대학 남학생과 지낸 시간들을 돌아보며 그린 글의 문장하나하나에는 그녀만의 솔직하면서도 인생의 연륜이 지닌 무게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자신이 살아온 청춘의 시기와 지금의 청년이 살아오는 시기의 장벽, 이미 사회적으로도 안정기에 접어든 그녀가 계급적, 신분적으로도 그의 위에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생각들에는 그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 그는 내 첫 번째 세계의 기억 전달자였다.
- 그는 뒤섞인 과거였다.
과거뿐만이 아닌 그와의 관계는 자신과 같은 연령대의 여자들의 시선이나 사회적인 시선에도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는 자신감 내지는 곱지 않은 시선마저 받음을 느끼는 글에선 자유분방한 나라,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나라라 해도 생각처럼 자유롭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단순한 열정'에서 보인 것처럼 열정에 휩싸인 부분들은 보이지 않는, 자신의 나이와 젊은 남자와의 사이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들 사이에서 느끼는 단상들이 타 작품들과 비교해 곱씹어 보면 짧고도 굵직한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저자만의 문장 구조와 색깔 탓도 있겠지만 뭣보다 젊은 남자와의 만남으로 인한 자신의 청춘 시절과 그의 현 청춘 시절의 오버랩되는 장면들이 액자 속에 깃든 한 부분처럼 여겨지게 한다.
번역본 30여 페이지와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원문 수록, 여기에 역자의 작품에 대한 설명과 추천사들이 실려있어 독자 개인들마다 느낄 감상은 차별화될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