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첫 문장부터 눈길을 멈출 수없었던 장면으로 다음에 이어질 내용이 궁금해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같은 이름, 같은 연령대, 그렇지만 전혀 접점이라고는 없는 ‘이시바시 유’라는 이름을 가진 세 가정의 모습을 통해 아동학대를 다룬 이야기가 소설처럼 여길 수 없는 현실성이 담긴 내용들이다.
외동아들인 유를 키우는 아스미는 학업성적도 좋고 성격도 좋은 아들, 남편과도 사이가 좋으며, 시어머니와의 사이도 원만하다.
루미코는 프리랜서 작가로 두 아들을 키우는 주부, 사진작가인 남편의 실직으로 인해 가정의 위기가 닥치지만 다행스럽게도 꾸준히 일이 들어와 본격적인 글을 쓰는 일에 매달리게 되고 두 아들의 건사와 가정일을 남편에게 부탁하면서 두 사람의 역할이 바뀌는 가정의 모습을 보인다.
싱글맘인 가나는 아들 '유'를 키우기 위해 하루종일 시간타임제와 공장에서 일하는 돈으로 가정을 키우는 엄마, 젊은 나이에 이혼과 더불어서 일찍 철이 들어버린 '유'에 대한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견딘다.
세 가정의 모습은 모두 사는 방식과 가치관, 교육관이 다르지만 '유'라는 아들을 둔 엄마의 입장을 대변하는 요즘 시대의 여성들을 그린다.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에 대한 끝없는 사랑, 그 사랑의 실체가 사이코패스 성격을 지녔다는 충격과 남편의 불륜을 정작 자신은 몰랐지만 아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된 아스미, 하루 시작을 전쟁으로 시작해 전쟁으로 끝나버리는 두 아들의 건사에 지쳐만 가는 루미코, 도둑으로 몰린 아들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아픈 마음을 지닌 가나...
현실에서 겪는 아이들의 성장사를 통해 내 자식이란 이름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는 교육과 모성애란 이름으로 지칠 대로 지쳐가는 엄마의 자격, 고이 내재된 감정의 도화선이 어떤 기폭제로 인해 폭발하면서 자녀에게 향한 긴박한 상황들은 읽는 내내 냉수를 벌컥 들이켜고 싶을 만큼 캐릭터들의 행동묘사들이 실감 나게 다가왔다.
특히 신체적으로만 남자 성인일 뿐 가정사에는 오로지 여성의 몫으로 돌리는 남편들의 행동들은 분노 폭발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결혼 전에 부부학교가 필요하다는...)
역할 분담에 있어 남. 여가 어디 따로 있는가?
특히 루미코 남편의 행동은 유치하기 짝이 없고 폭력과 폭언을 내뱉는 장면은 어떠하며, 아스미 남편의 방조적인 교육관과 아들의 잘못됨을 모조리 아스미에게 돌리려는 행동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지...
아이들은 여성 혼자서 만들고 낳는가?
작은 감정의 소모가 쌓이고 쌓여 자식과 부모, 부부간의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이어지는 진행들이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들과 함께 결국 '유'가 죽는 사건을 통해 작품의 첫 도입부에서 그린 정체는 누구일지에 대한 흐름들이 엄마와 아빠라는 이름으로 이뤄진 울타리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를 절묘하게 그려냈다.
체벌을 준 뒤에 돌아서면 그만큼 엄마의 마음도 아프다는 사실, 참고 참다가 폭발하는 모성애에 대한 것을 그린 소설이지만 자녀를 키우는 분들이라면 십분, 백배 공감하고도 남을 작품이다.
- 실제로 아이를 가진 이후에는 아이가 없던 시절의 자신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처음부터 없는 것과 존재했던 것을 잃는 건 완전히 다르다. 아이가 없었다면?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이른바 ‘만약에’로 시작하는 얘기는 해봐야 부질없다. 아이가 있어서 즐거운 일과 힘든 일 중 이제껏 어느 쪽이 더 많았을까. 힘든 일이 훨씬 많았다. 하나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건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다
저자는 9살인 한 아이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을 통해 이 사건의 본질을 들여다봄으로써 후회와 참된 반성을 그려낸다.
결코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없다는 아픈 현실, 특히 연관성이 없는 세 가정이지만 그럼에도 전혀 낯설지 않은 비슷한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그린 설정들이 놀라웠고 현실의 자녀들을 키우는 고민과 자녀가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 아동학대에 관한 관점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