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태생 자체가 이민자들로 이뤄진 나라인 만큼 각 국에서 저마다 고국을 등지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안고 도착한 이들이라 그 구성원 안에는 필시 악에 뿌리를 둔 자들도 섞여있기 마련이다.
내러티브 논픽션 작가가 그린 이 작품 속 내용은 19세기부터 20세기 초 일명 '검은손'이라 불린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과의 전쟁을 벌인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조지프 페트로시노에 대한 일대기를 다룬다.
초등학교 6학년이 최종학력, 어릴 적부터 그 시대의 가난한 이민자 가정의 아이들 대부분이 그렇듯 생활 전선에 일찍 뛰어들어 구두닦이로 일하면서 뉴욕의 부정적인 힘을 과시한 태머니파의 세력을 일찌감치 터득한다.
환경미화원에서 23살에 최초로 이탈리아 경사가 된 그가 이후 그가 본격적으로 검은손과의 전쟁을 치르는 과정은 미국의 이민사의 역사와 함께 이탈리안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에 검은손들이 행한 악행들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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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 아이를 데려갔는가? 라 마노 네라(La Mano Nera). 이탈리아인들은 그렇게 불렀다. 검은손 협회(The Black Hand Society).
아동납치, 건물폭파, 갈취에 이르는 그들의 수법은 자수성가한 이탈리아인들을 대상으로 공포를 자아내고 이들을 처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페트로시노의 고된 책임감을 드러낸다.
미국의 이민자들 중 후발 주자에 속하는 이탈리아 사람들, 특히 남부 출신들의 빈곤한 삶을 벗어나고자 이민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당시의 분위기는 이미 정착해 터를 잡고 있던 아일랜드인들의 눈엔 차별의 대상이었다.
더군다나 그들을 대상으로 벌린 검은손의 해악이 뉴욕뿐만이 아니라 점차 미 전역으로 퍼질 수 있다는 경고를 수 없이 말해온 페트로시노의 말엔 단지 이탈리아인이란 사실 하나로 무시했으며 그가 주장해 온 이탤리언 수사반 창설을 이루는 과정은 정부 조직 자체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부분들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미국에 동화하는 과정 자체보다는 고국에 마음 둔 이탈리아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 타 이민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던 그 시기에 뛰어난 변장술과 능수능란한 언어의 탁월함, 기억력, 여기에 유죄가 분명함에도 법망을 빠져나갈 조짐이 있는 검은손 소속에 있는 자들에 대해선 자비가 없었는 행보는 그가 지닌 양심적인 형사로서,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을 향한 마음들이 어떠한지를 느껴볼 수 있다.
기소를 했지만 보복이 두려워 증언을 철회한 같은 이탈리아인들에게 호응받지 못했고 동료 집단에서는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업신여김을 받았던 사람, 정부 차원에서 국적을 가리기 전에 그가 앞날을 내다보고 주장한 일련의 일들을 함께 동조하고 성사시켰더라면 보다 빨리 안정을 이뤘을 시점을 놓친 부분이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읽다 보면 미국의 이민사에 얽힌 그 당시의 분위기와 오늘날 마피아로 불리는 조직들의 먼 과거부터의 태생의 조짐처럼 보인 과정들이 이탈리아 국내의 복잡한 역사와 함께 공조와 부인, 거부, 타협에 서로의 안위와 이익을 우선한 양면적인 모습을 충실히 그려냈다.
결국 돈과 정치적인 야망, 개인적인 이익 우선을 둔 백인들의 권력은 진정한 미국인으로서 함께 동조해 가며 살길 바란 페트로시노의 바람이 긴 시간이 흐른 후에야 뉴욕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뜻을 굽히지 않고 검은 조직을 죽을 때까지 놓지 않았던 실존 인물인 페트로시노, 미국 경찰 역사에서 잊을 수없는 인물임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