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 시대를 대표로 일본의 역사와 풍물, 괴담이 있고 판타지 같은 세계가 들어있는 맛깔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미미 여사의 신작을 만나본다.
우리나라에도 역사시대를 통해 민속 기담이나 전래로 내려오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일본 역시 미미 여사의 글을 통해 당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인생이야기가 현실과 허구를 오고 가며 그려냈다.
이 시리즈의 특성상 민담이나 전래요소들이 스릴이나 공포, 때론 괴담이 섞이면서 내막에 가려져 있던 속 깊은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는 진행이 이 작품에서도 같은 호흡으로 흐른다.
다만 총 4가지의 이야기들 속에는 당 시대에 민초들 중에서도 여성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런 진행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슬픔이 어떻게 합해지면서 다른 인생의 방향으로 흐르는지는 그린다.
에도 간다 미시마초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는 '흑백의 방'이라는 객실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초대된 사람들이 괴담을 풀어내는 곳으로 이 가게 둘째 아들인 도미지로가 청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야기하고 버리고 듣고 버리고"
이 원칙을 고수하며 청자역할을 하는 도미지로 이전에 일대 청자였던 사촌 누이인 오치카가 결혼해 출산을 앞두고 있던 차, 그녀를 아는 이의 주선으로 무사히 출산을 기원하기 위해 방문한 이가 들고 온 것이 바로 책 제목이기도 청과 부동명왕이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가 들려주는 한 여인의 독립적이고도 쟁취적이며 불심으로 쌓은 공덕으로 절이 탄생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은 물론 이곳에 모인 각처의 여인들이 사연들이 기막히기도 하다.
마치 우리나라의 옛 여인들의 기구한 삶을 보듯 아이를 낳지 못하거나 아이를 유산한 여인, 가난하고 핍박에 못 이겨 집은 나온 여인들까지...
그들을 받아주고 협동조직처럼 서로 의지하고 돕는 이들의 모습은 세상에서 비난받는 여인의 존재라 할지라도 한 인간으로서 온전한 자신만의 삶을 일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여기에 그림에 관심을 갖는 도미지로가 청자의 입장에서 그림으로 남긴다는 것과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향방에 대한 고민들은 또 다른 이야기의 진행으로 풀어나가는 흐름들이 연작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가장 마음 아프게 와닿았던 작품은 두 번째 이야기인 '단단 인형'이다.
자신의 욕심을 이루기 위해 한 마을을 초토화시키다시피 한 지배자의 모습은 한 여인의 원한과 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원한을 가족을 지키는 인형으로 승화시킨 감동적인 이야기라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는 있으나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미 여사가 이번 작품을 쓰면서 에도시대에 부당한 사회 규범에서 벗어난 여성들이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지 절감한다고 말했다는데, 읽다 보면 절로 수긍하지 않을 수없는 전개들이 펼쳐져 있어 내용들이 더 뜻깊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에도시대에 불행한 처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각기 다른 사연을 통해 전해준 이번 작품들은 그럼에도 서로가 서로를 도와가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부조리한 세상임에도 일말의 희망 빛을 보는 것 같아 여운이 남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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