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배를 타온 닐스 바크-
사랑하는 아내도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며 장성한 두 딸은 각자의 몫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가 오늘 이 세상 마지막 날 집안을 정리하고 자신의 분신과도 같던 배의 키를 잡고 세상을 하직하려 한다.
평범하고 소시민으로서 사랑하는 여인과 만나고 가정을 꾸리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태워주고 도와주고 친구가 되고 함께 한 세월, 그가 스치는 곳마다 그를 알아보는 이들 또한 각기 사연들을 담아내면서 살아간 이들이다.
평범하다는 것이 실은 무척 힘든 삶의 일부이며 오늘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일들이 발생하고 겪는 와중에 그럭저럭 잘 지나갔구나 라는 생각을 하는 일들이 어디 닐스에게만 해당되는 일일까?
그가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그린 대부분의 일들이 알고 보면 그리 별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일들로 하루하루 그렇게 60대를 넘기며 살았고 사랑하는 아내를 여전히 그리워하는 마음들, 때론 정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내의 미처 깨닫지 못했던 행동이나 미국 사진가와 함께 엮이면서 부부간의 믿음이 자칫 불안한 가정생활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위기를 넘긴 사연들, 이웃들 개개인들이 어떻게 죽었는가에 대해 묻고 대답하는 장면에서는 영혼과의 대화로 이어지며 환상과 현실의 묘한 분위기를 삶과 죽음이 마치 한 원안에 빙글빙글 돌면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선장 닐스가 바라던 바도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았던, 태어난 마을에서 성장해 오로지 배와 자신이 한 몸이 되어 세상의 변화에도 묵묵히 뱃길만 따라갔던 그라는 존재 자체가 평범함으로 인해 더욱 우리들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면서 닐스가 바라본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이 작품은 욘 포세의 작품처럼 유유히 자연 속에서 하나의 작은 존재처럼 느껴진다.
같은 국적의 작가이자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작가들이어서 그런지 처음부터 낯설지 않게 다가온 부분도 많았고 닐스란 인물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우리들의 삶과 죽음이 결코 먼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닌 서로 손의 끝에서 손끝으로 이어진 하나의 모습으로 여겨졌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일들 사이사이에 행복과 불행, 분노와 화해가 있었으며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인 일들, 이런 모든 일들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바로 그 안에 사랑을 했으며 그 사랑을 지켜나가고 노력했기에 마지막까지 닐스가 기억하는 것은 '사랑'이 지닌 흔적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들 역시 가장 좋았던 것을 떠올리게 되면 가장 기본 바탕에는 '사랑'이 자리 잡고 있음을, 닐스가 키를 돌리면서 하나둘씩 소환해 여는 과거의 여정은 '사랑'의 길이었다.
문장 곳곳에 좋은 문구들이 많아 의미를 되새기며 읽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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