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육신으로 불리는 인물에 포함되는 김시습, 영민함과 영특함의 재능을 꽃피우기도 전에 스스로 관직을 멀리하는 삶을 산 그가 금오산에 들어가 지은 작품으로 알려진 것이 '금오신화'다.
그가 창작한 단편소설 5편이 실린 것으로 고전문학에서 느낄 수 있는 문장과 현대적인 해석에 맞춰 당대에 쓰인 문학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작품집으로 각 작품에서 보인 여러 가지 저자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 만복사에서 저포로 내기를 하다
* 이생규장전李生窺墻傳; 이생이 담장을 넘어가다
* 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 술에 취해 부벽정에서 놀다
*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 남염부주에 가다
*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 용궁의 잔치에 초대받다
* 갑집 뒤에 쓰다書甲集後
제목에서부터 연상되는 내용들은 중국의 전래 고사나 칠언시, 여기에 남녀운운지정, 불교와 도교, 현실인 듯하나 꿈이고 꿈인 듯하였으나 현실인 경계의 불분명한 시공간의 차이들은 한국고전문학에서 익숙한 배경으로도 바라볼 수도 있고 이에 담긴 작품들마다 저마다 지닌 차별화된 글을 지닌다.
오래된 한국고전문학의 옛 정취를 생각나게 한 작품이라 그 당시 읽었던 남녀가 서로의 시를 통해 마음을 전하고 함께 보낸다는 설정이 요즘엔 보기 힘든 정경이라 남다름을 다시 느껴볼 수도 있었고 그런가 하면 왕으로서 백성을 생각하고 정치를 하는 자세에서는 올곧은 생각을 보였으며 종교면에서는 무속신앙을 비롯해 저자가 생각하는 종교관에 대한 생각 또한 들어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 “무릇 나라는 백성의 것이요, 명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오. 천명이 임금에게서 떠나고 민심이 임금에게서 떠나간다면 비록 몸을 보전하고자 한들 어찌 보존할 수 있겠소?”
특히 각주의 해석을 통해 본문에 대한 이해도를 넓힘으로써 대중들 눈에 맞춰 작품집에 대해 훨씬 가깝게 대할 수 있게 편집한 점도 좋았고 무릇 고전소설이라고 하면 외국 문학에 관심을 두는 것도 좋지만 우리나라의 고전소설을 대하는 것 또한 우리를 더욱 알아가는 시간이 된다는 것을 일깨운 시간이 된다.
문득 책장을 둘러보니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사다 주신 한국고전문학 전집이 그대로 꽂혀 있고 그때를 생각해 보면 오늘날에도 여전히 필독서로 꼽히는 문학들이란 사실에 하나둘씩 꺼내본 시간이기도 했다.
교과 부분에서만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출간된 책들이 많은 만큼 문학으로서 가치를 지닌 '천년의 우리 소설'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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