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모든 사물의 소리를 듣게 된다면?
지구상의 모든 소리에 대한 감각기능이 뛰어나다는 이점도 있지만 그 이면 뒤엔 단점도 있기 마련, 여기에 사물의 소리를 듣게 된 소년 베니의 이야기는 시종 흥미진진하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그 여파의 영향은 소년에겐 아버지 장례 후 아버지의 목소리를 비롯해 모든 사물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베니는 이런 소리로 인해 고통을 겪지만 엄마 또한 남편의 죽음 이후 세상과의 단절로 인해 물건에 대한 집요한 강박관념이 생기면서 두 사람의 비밀은 비밀 아닌 듯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 베니가 보인 행동은 주변 사람들에게 정신이상자로 보이고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는 일들은 왕따까지 겪게 되면서 이 모든 시끄러움을 피할 장소로 택한 곳은 도서관이다.
그곳에서 전에 알았던 소녀 알레프를 만나고 거리 부랑자 B 맨을 만나면서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하면서 위로를 받게 된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는 SF소설 형식을 취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을 깬 내용은 두께도 두께지만 책 속에 담긴 내용을 읽으면서 한 가정의 안타까운 슬픔을 겪는 소년과 엄마의 극복과정이 도서관과 책, 물건 강박증이란 소재를 통해 이들이 어떻게 이겨나가는지에 대해 다룬 글들이 현실적으로 그려진 점이 인상 깊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어버린 슬픔, 베니에겐 무수히 들려오는 소리가 너무나 벅찼고 엄마에겐 물건을 대상으로 한 애착에 대한 심리가 극도로 몰입된 부분들이 어쩌면 떠나보낸 사람을 잊지 못한 마음의 상심들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들에게 정작 위로를 준 것은 책이란 사실은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책이란 나가 책을 멀리하지 않는 한 배신을 모르며 그렇기 때문에 베니가 도서관이 주는 고요함과 정적이 주는 마음의 안식이 침묵과 더불어 책을 더욱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 여기에 엄마 또한 [정리의 마법]이란 저자에게 이멜을 쓰면서 스스로의 고립을 벗어나려 하는 노력이 두 사람에게 하나의 희망처럼 여겨짐을 잘 그렸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처럼 느낄 수 있는 부분들도 있고 그런 가운데 700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께임에도 읽는 동안 때론 이들과 함께 슬픔을, 때론 이들에게 응원을, 그리고 함께 책들을 중심으로 이어가는 책의 이야기는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연결지점으로 이어짐이 돋보였다.
살아가면서 기쁨만 있을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그 인생 가운데 슬픔이 닥쳤을 때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귀 기울여 읽어 보면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8년이란 시간을 들여 완성한 작품이자 2022년 여성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소설, 책의 목소리와 베니의 이야기가 번갈아 교차하며 들려주는 방식의 구성이 읽는 내내 나도 모르는 사이 이들의 이야기 속으로 귀를 기울이게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