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추리스릴러 계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마이클 코넬리-
그의 시리즈 작품 중 '미키 할러 시리즈'는 '해리 보슈'시리즈와는 다른 결을 유지하면서도 그만의 힘찬 추리의 맛을 느껴보게 한다.
이미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미키 할러가 이번 작품에서 의뢰인 소송을 통한 내용이 아닌 당사자인 자신이 직접 위험에 빠지면서 말 그대로 자신의 무죄와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진행을 보인 내용이다.
죄가 있어도 없게, 없는 죄를 있는 범인으로 몰아 승소에 절대적인 확률을 자랑하는 그가 이번에도 승소를 하면서 축하파티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중 순찰 경찰관을 만나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진다.
자신의 트렁크에 오래전 의뢰인이었던 사기꾼 샘 스케일스의 시체가 발견된 이 사건은 그를 의심할 여지가 없는 범인으로 몰아 집중 관리 수용동에 수감되는 신세로 전락한다.
자신의 죄를 확신하는 검사와 창과 방패처럼 펼쳐지는 법정 공방, 과거의 일을 거슬러 올라가 샘과의 인연을 추적해 가며 펼쳐지는 거대한 뒤 배후의 모종의 계획들, 그 안에 큰 일을 위해 작은 소모품에 지나지 않은 자신의 처지를 법 안에서 다투며 진술을 해야만 하는 긴장감은 특유의 여유로움과 그 안에 내재된 불안감들을 솔직하게 그려낸다.
특히 작품 속에 녹아든 미국 사법체계의 허점과 배심원단 선정을 통해 승소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검사와 변호인단의 선택들과 기권, 여기에 복수가 깃들어 있음으로 해서 드러나는 미국의 암암리에 타협을 통한 법의 정의구현(?)들은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구린 구정 내가 폴폴 풍기는 곳에 발을 담그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이미 그 물에 빠진 미키가 자신의 '결백'을 밝히는 데에 힘을 쓰는 과정에 협조하는 주위 사람들(복도 많지~), 이복형제인 해리 보슈의 등장도 반갑고 (음, 이러면 차후 해리보슈 시리즈에서도 미키 할러를 만날 수도 있는 건가?) 나의 기준에선 이해할 수 없는 미국식 이혼가정의 분위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첫 부인과 딸, 두 번째 부인은 여전히 그의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그녀가 재혼한 남자는 미키 할러를 돕는 수사관, 세 번째 여인과의 동거와 이벌...(하~ 복잡하다!)
그런 가운데 첫 부인과의 공조를 통한 법정 다툼은 판사와 검사, 변호사란 위치에서 실전처럼 다뤄지는 법정 공방이 말 한마디, 단어 한마디를 물고 늘어지며 최후의 반격을 위한 증인 내세우기 작전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저자의 꼼꼼한 묘사가 실제처럼 다가온다.
읽다 보면 세상엔 무죄지만 유죄로 확정된 형량을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키 할러 같은 변호사를 만나 자신의 죄를 모면하는 자들도 있다는 사실엔 미 사법 체계에 대한 빈구멍은 물론 미키가 딸에게 말했듯 법은 공평하지 않다는 말이 헛웃음을 유발한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결백을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은 미키 할러의 활약,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