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폭탄급 작품을 접했다.
매 작품마다 시사성 있는 내용을 통해 추리미스터리물의 남다른 지향을 시도하고 있는 저자의 이번 신간에 대한 기대감은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49세의 밤톨머리, 퉁퉁한 몸, 늘어진 볼에 배가 튀어나온 스즈키라는 남자, 주류 판매점에서 사고를 일으키면서 경찰서에 들어오게 되는데,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10시에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폭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곧 실제 폭발이 일어나고 스즈키는 지금부터 총 3회, 이후 한 시간 후에 다시 폭발이 일어날 것이란 말로 형사들의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후 경시청 수사 1과 특수범죄 수사과 기요미사와 루이케가 투입되고 본격적인 취조가 시작되며 실실 웃는 모습과 아홉 개의 퀴즈를 통해 폭탄이 숨겨져 있는 장소를 맞춰보라는 식으로 형사와 대질심문을 시작한다.
읽을수록 뭐 이런 인간말종이 있나 싶을 정도로 분노가 차오르는 분위기는 시종 여유 있고 기억에 없다, 촉이 온다는 식으로 둘러대며 자기 자신의 끝없는 자존감 밑바닥의 처신을 내세우며 형사들을 농락한다.
새로운 캐릭터 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가 던진 수수께끼 같은 언변 속에는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지 않는 시선에 대한 고립과 외로움, 여기에 평범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도덕성에 잣대를 수시로 들이대며 정신의 실험을 요하는 장면들은 추리스릴러를 통해서 사건 전체 파악을 해나가는 것 외에 많은 부분들을 건드린다.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안에 동료란 의미, 그런 동료가 겪었던 일에 대해 얼마만큼의 동료의식을 갖고 있는가, 사회 사건에서 당사자가 겪는 일을 지켜보는 타자의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지란 이해도에 대한 관계 모색은 그런 호응에 대한 수긍이 일말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안심보장의 경계로써 얼마나 허용할 수 있나?
나와 가족만 아니면 되지란 의식에 대한 물음들은 스즈키가 내뱉는 논리에 등장인물들의 각자가 지닌 관점들을 통해 절대 악이란 스즈키란 인물에만 대변되는 것이 아닌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안에 이렇게 할 수밖에 만든 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읽는 동안 이건 아니란 생각을 하면서도 누구나 한두 번쯤 겪는 딜레마일 수도 있겠단 물음과 의문을 던진 스즈키, 분명 그는 사회적으로 낙오자이지만 그가 다루는 대질 퀴즈에서 던지는 아슬하고도 미묘한 긴장감은 저자가 그동안 꾸준히 담아내고자 하는 일련의 시사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계기가 된다.
그런 가운데 절대악과 선에 대한 대비를 '희망'이란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장면을 통해 보통 사람들의 보통의 행동과 양심이 살아있음을, 각박한 사회에서 나 위주의 삶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더라도 누군가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엔 따뜻한 손길이 건재함을 그린 모습은 위안으로 다가왔다.
전체적인 장면의 주가 인질협상 분위기처럼 시종 밀고 당기는 흐름이 압권인 작품인 만큼 대화 곳곳에 담긴 의미 해석을 의미하며 읽는다면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