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개척사를 보면 기나긴 여정에 모든 것들을 뒤로한 채 희망과 설렘, 그리고 미지의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삶에 대한 모습을 꿈꾸며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지금의 광활한 미 대륙의 서부 개척시대를 그린 이런 이야기들은 영화나 책, 기타 다른 것들을 통해 간간히 접하게 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남은 감흥은 오랜만에 재밌게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1850년대의 오리건 트레일을 배경으로 서부로, 서부로 이동해 가는 가족들과 같은 뜻을 지닌 동반 가족들이 겪는 험난한 여정은 그 시대의 척박한 자연과 이를 이겨내며 한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 자들을 응원하게 된다.
20살에 과부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나오미 메이와 인디언 엄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존과의 사랑은 상대에 대한 확신을 갖고 용기 있게 다가선 당찬 여성과 그녀의 앞날을 위해 손 내밀기를 저어한 존과의 밀당들, 여기에 콜레라가 덮치고 사람들이 죽어가면서 의기소침에 빠지지만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전진을 향한 목표 다짐들은 인간의 의지력을 대변한다.
그런 가운데 인디언들의 공격으로 위험에 빠진 두 연인들이 겪는 마음의 상처와 회복, 여기에 함께 살아가는 삶의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인디언 부족들의 정령이나 예언들은 미 개척사에 백인과 인디언 간의 치열한 경쟁과 긴장감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저자의 남편의 실제 조상인 실존 인물 존을 위시로 허구의 인물과 균형 잡힌 관계의 구성은 비단 백인 쪽으로 치우친 흐름이 아닌 당시 개척 시대에 필연적으로 맞부딪칠 수밖에 없었던 인디언 부족들 삶의 모습과 그들이 무엇을 소중히 하며 공존을 모색했는지에 대한 부분들을 함께 곁들인 역사소설이기 때문에 모처럼 미국 역사소설을 읽는 것 자체가 신선함과 함께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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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말이다. 견딜 가치가 있는 거야. 더 많이 사랑할수록 더 많이 아픈 법이다. 하지만 견딜 만한 가치가 있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게 바로 사랑이야"
양쪽의 경계에 발을 걸친 존의 위치를 대변하는 듯한 인생여정과 그런 존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나오미의 사랑에 대한 확신과 열정들, 그들 주변부를 둘러싼 모든 불행들을 이겨나가면서 정착이란 것을 꿈꾸며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 소설은 지금처럼 비행기나 기차, 자동차가로 얼마든지 오고 갈 수 있는 현대의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백인의 시선과 인디언족의 시선을 두루두루 보인 글의 흐름들도 좋았고 두 사람의 로맨스와 함께 장엄한 긴 여로의 길을 존과 나오미의 시선으로 그려낸 글들은 영상으로 만나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