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그야말로 평범한 가족이었다.
평범함. 타인의 눈에 비친 별다를 것 없는 가정의 모습이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저울이 한쪽으로 치우친 채 위태위태하고 버티고 나아간다는 뜻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설령 가족이란 이름으로 독립된 개체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바라보며 자신들의 뜻과 부합되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연을 끊지 못한다는 연결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여실을 보인 작품, 막상 읽고 난 후엔 추리 스릴 외에도 왠지 시원함을 느낄 수 없는 생각이 들었다.
독실한 기독교 목사인 아담, 변호사인 올리카, 그들의 딸인 스텔라로 이뤄진 가족이 겪는 사건을 통해 가족에 대한 의미와 부침을 그린 이 작품은 세 사람의 시선을 통해 각기 입장에서 생각하고 실천해 옮기는 심리와 그 과정을 그린다.
한 생명의 탄생을 통해 부모가 되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느끼며 딸의 반항기적인 일탈을 통해 이들 부부는 나름대로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한다.
오로지 자신의 가족만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가진 사회적인 위치와 딸에 대한 기대치, 이에 통제라고 느끼는 딸의 반항은 딸과 관계를 맺었던 30대 사업가의 살인으로 인해 한순간 돌풍을 맞이한다.
딸이 정황상 주요 용의자로 몰리면서 구속되고 이에 대한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부모의 각 입장을 그린 시선들은 가족의 구성원이란 모습, 부모는 딸에 대해 정확히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 자식과 부모 간의 소통의 부재와 부모에 대한 사랑을 느끼면서도 이에 반하는 양가감정을 지닌 스텔라의 관점을 통해 살인사건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재판의 과정을 심리스릴러로 표방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도대체 이들 가족에게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세 사람의 관점을 따라가다 보면 저마다의 타당성들이 모두 옳다는 생각이 들며 단지 그 누구 한 명의 잘못도 아닌 서서히 삐끗함이 쌓여 무너지는 과정, 가족의 해체만은 막기 위해 그들이 옮긴 행보는 결코 누구 탓일 수는 없다는 당위성에 공감하게 된다.
단, 아담의 배려가 넘치다 못해 적극적인 아내와의 상의가 부족했던 점과 딸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하지만 상처로 남을 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점은 때론 진심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는 사실을 보인 부분이다.
이 부분에선 아내 또한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기도 하고 워킹맘으로서 느끼는 엄마란 위치와 사회적인 성공을 두고 갈등하는 모습에서 보인 사회적인 제도에서 여성으로서의 성공에 대한 어려움과 딸과의 교류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점, 여기에 통제 압박에 대한 거부감과 부모에게 보란 듯이 일탈을 보임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생에 위험을 초래한 스텔라란 인물의 행동은 안타까웠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부모가 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다른 모든 인간관계는 비상구가 있다. 없으면 죽고 못 살 것 같은 연인도 떠날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사랑의 감정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따로 떨어져 성장하면, 또는 마음에 좋은 감정이 한 자락도 안 남는 지점에 다다르면 그렇게들 떠난다. 그렇게 우리는 친구도 친한 이도 친척도 버리고, 심지어 피를 나눈 형제자매와 부모까지도 떠날 수 있다. 먼 곳으로, 새로운 고장으로 떠나 여전히 아무 일 없는 듯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하지만 자식만은 포기가 안 된다.
딸과 딸의 친구를 살리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을 했고 그것이 부모로서 할 수 있었던 불가능을 넘어선 가능의 장을 펼쳐내는 여정은 도박 같은 모험이자 필생의 사투를 겪은 이들이란 점에서 전체적인 사건의 진짜 내막은 무엇인지, 범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생각을 넘어 그 과정 속에서 펼쳐지는 전개방식이 흡입력 있게 그려진다.
저자는 심리 추리 스릴러물에 가족해체까지 이르게 된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듯하다. (넷플릭스 드라마 공개예정)
거의 평범했다는 가족, '거의'란 말이 왜 이렇게 섬뜩하게 다가오는지...
마지막까지 스텔라가 보인 행동은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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