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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여자

 

 

기욤 뮈소의 소설들은 읽을 때마다 영화 속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초년작부터 시작해 그의 전작들을 읽어온 독자로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그의 장기를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종이 여자'가 이번에 새롭게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빠른 전개, 한번 손에 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없는 이야기 흡입력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지만 뭣보다도 허구와 현실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스릴, 로맨스, 적절한 호흡을 통해  독자들을 소설 속  등장인물에 이입할 수 있게 그린 장면 하나하나는 비슷한 느낌의 전작들이 있음에도 새롭다는 감흥을 이어지게 하는 마술을 부린다.

 

 

이 작품 또한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가 쓴 작품 속 등장인물인 빌리란 여성과의 만남이 허구인지, 실제인지를 넘나들며 작가표 로맨스란 이런 것이지! 를 다시 느껴보게 됐다.

 

 

로맨스는 언제나  달콤하다. 

 

 

말 자체가 내뿜는 뉘앙스도 그렇지만 삶에 팍팍하게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잠시나마 모두가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위의 '종이여자'는 기존의 기욤의 책 내용처럼 언제나 불우한 가정을 극복하고 미국과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적인 비주얼감각이 뛰어나게 그린다는 점은 같지만 전작에 비해 이번 작품은 좀 더 깊게 그간 그가 써온 책과 독자에 관한 자신의 견해도 밝히는 부분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다소 허무하기도 하고 상황설정이 너무 공 뜬다는 점도 있지만 (그렇기에 로맨스가 아니던가?)  사랑이란 본질 앞에서 두 남녀가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리고 공감을 갖는 대화는 무리가 없이 나도 모르게 끌려들어 가게 만든다. 

 

 

처음 자신이 쓴 소설 속의 주인공이라 여기면서도 어느 사이엔가 서로가 생각하는 사랑의 대상에 대한 대화는 톰이 점차 빌리란 여인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고 자신도 모르게 그간 자신이 써 온 소설 속의 인물들에 대한 생각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독자들에 대한 책임감도 느껴감을 알게 해 준다.   

 

 

- "근본적으로 책이란 뭘까? 

 

종이 위에 일정한 순서에 따라 글자를 배열해 놓은 것에 불과해. 글을 쓰고 나서 마침표를 찍는다고 해서 그 이야기가 존재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내 책상 서랍에는 아직 출간되지 않은 미완성의 원고들이 몇 개나 들어 있어. 난 그 원고들이 살아있는 거라 생각 안 해. 

 

아직 아무도 읽는 사람이 없으니까. 책은 읽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생명을 얻는 거야. 머릿속에 이미지들이 커지면서 주인공들이 살아갈 상상의 세계를 만드는 것.  

 

그렇게 책에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가 바로 독자들이야." 

 

 

 

 

위의 작가의 생각처럼 살아있는 책이란 독자의 손에 들어가서 그것이 어떤 숨결로 이어지고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존재의 가치로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해준 대목이 아닌가 싶다.  

 

 

한국을 방문했던 터라, 한국의 고정된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던 것인진 몰라도 책의 중간에 마지막 책 한 권의 긴 여정 속엔 한국 여대생과 이화여대의 모습, 서울의 모습이 나오고 있어서 제2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한국에 대한 사랑이 흐르고 있어서 읽는 내내 신기함과 흐뭇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사람으로서 하나의 보너스를 얻는 기분이었다.  

 

 

가벼우면서도 진실된 사랑의 감정 포착 묘사와 함께 책이 톰의 손에 오기까지의 여정이 재밌게 그려지고 있어서 읽는 내내 지루함을 모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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