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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먼 길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로 유명한 작품으로 신작이다.

 

그동안 수많은 일들을 겪었던 아르망이 은퇴 후 정착한 곳은 스리 파인스-

 

아내와 함께 조용한 삶을 즐기던 그에게 이웃인 화가  클라라 모로가 고민을 털어놓는다.

 

별거로 집을 떠난 남편 피터가 다시 돌아오기로 한 날짜가 지났다는 사실은 그녀의 불안한 마음을 흔들었고 이어 아르망은 조용히 피터의 자취를 사위와 함께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피터의 신용카드 사용을 바탕으로 피터가 옮긴 장소를 차례대로 방문하고 관련 있는 사람들과 그의 행방을 찾기 시작하는데 과연 그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피터가 아내 클라라와 함께 같은 예술의 길을 걷고 있는  화가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그림의 세계는 평단은 물론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극단의 평으로 갈라지고 피터의 명성보다는 아내 클라라의 그림이 더 좋은 평을 받는다는 사실들이  피터에겐 어떤 심정이었을까?

 

 

사랑으로 만나고 같은 길을 걷는 동료로서 때로는 선의의 경쟁자로 때로는 격려를 아끼지 않은 두 사람이었지만 어느 순간 한 사람의 명성이 더 커지면서 점차 자신감을 잃어가는 상대방의 심리 변화는 사건 전개에 있어 중요한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공감을 자아낸다.

 

 

전 시리즈인 '빛의 눈속임'에서도 이미 이런 전조증상들을 느낀 바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본격적인 미술계의 다른 행보 전시를 통한 일들이나 상대방의 우월성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이를 뛰어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진 사람들의 심리가 잘 그려진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가기 위해서, 자신의 예술적인 열정에 힘을 보태기 위해 10번째 뮤즈를 찾기 위해 나섰던 피터, 사랑을 하지만 경쟁자로서 아내를 바라보는 심정엔 사랑의 감정만큼이나 폭넓은 자신의 마음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나 그런 자신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고자 했던 흔적의 여정이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어느 추리물처럼 빠른 전개의 속도를 보인 작품은 아니란 점이 이 시리즈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뭣보다 작가의 미술에 대한 관심도나 그림에 대한 조사 내지는 개인적인 취향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작품의 소재 설정도 그렇고 연작처럼 이어지는 내용의 주요 등장인물들의 동선이나 친근한  이웃들의 재등장과 이들의 협심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 또한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이웃의 정이 느껴지는 구성들이다.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지만 그 사람의 재능을 알고 자신의 부족함을 여실히 느꼈던 사람, 부부란 서로에게 용기와 사랑을 품어주는 사이지만 클라라의 곁에 있어도 그 친근함을 느끼지 못했단 피터의 뒤늦은 감정선이 안타까웠다.

 

 

집으로 가는 길이 마음만 먹었다면 그렇게 먼 길도 아니었건만, (갑자기 2PM의 ~우리집으로 가자~~ 생각나는군.)그렇게 그들은 나중에서야 부부애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 그나마 위로를 삼아야 한다면....

 

 

 

 

추리물 속에 미술의 작품, 여러 흐름들과 주장들을  함께 들으며 순례하듯 한 느낌을 많이 담은 작품이라 아르망 가마슈가 이끄는 여정을 함께 한다면 즐겁게 작품을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표지가 참 예쁘게 나왔다. 보는 내내 작품 속 내용들을 기억하며 천천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준 것 자체가 한 편의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 다가온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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