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에드거 앨런 포 어워드 수상작'인 '붉은 궁'-
한국계 캐나다 작가의 작품으로 두 번째로 한국독자들과 만나는 이 작품은 불운의 사도세자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한밤 중에 난신 어의와 함께 사도세자가 있는 궁으로 간 의녀 지은과 백현은 방을 비운 세자를 대신한 사람을 진료한다.
이 모든 일에 대한 발설에 대한 함구는 당연, 그러나 그날 밤 혜민서에서 일하는 의녀들이 살인된 채 발견된다.
용의자로 지목된 정수 의녀, 자신의 스승이자 의녀로서 해야 할 가짐 들을 가르쳐준 그녀의 무죄를 밝혀야만 한다는 사실 앞에 선 백현은 사도세자가 범인이란 괘서가 나도는 가운데 구중궁궐 안의 사건내막을 밝히기 위해 포도종사관 서의진과 함께 협력하게 된다.
전작인 '사라진 숲의 소녀들'에 이은 역사 미스터리를 품은 내용은 조선왕조 역사 가운데 비운의 왕자라 할 사도세자의 기행적인 행동과 권력 암투에 대한 살얼음판의 궁궐 내의 싸늘한 정적, 여기에 기생과 양반 출신 사이에 태어난 백현이란 천민 출신의 의녀의 활약을 통해 다양한 그 시대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알아도 모른 척, 입으로 발설할 수없다는 규칙이 존재하는 궁궐에서 백현이 출세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당 시대의 계급차이와 신분 세습에서 오는 불합리, 더군다나 여성으로서 성공을 할 수 있는 길은 그나마 의녀와 대장금이란 직책이란 사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적극적인 자신의 인생의 길을 찾아 나서는 주인공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하나둘씩 사건의 전말에 다가설 듯하면 관련인들이 죽어가는 사태, 여기에 한번 궁궐에 들어서면 사랑도 할 수없다는 막연한 기나긴 인생의 길을 걷는 궁녀들의 삶을 조명하며 누가 범인인지를 추리해 가는 과정이 이에 부합하며 끝 모를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작품 전체에서 흐르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좀 더 나은 삶의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자주적이고도 독립적인 생각을 지닌 백현이란 여성이 지닌 사랑관은 신분을 떠나 서의진에게도 전해지듯 당시 시대를 생각한다면 주어진 환경에 수긍하기보다는 이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 주인공의 등장이라 인상 깊었다.
여기엔 '다모'와 '의녀'란 직업이 지닌 숙명적인 만남들, 그런 가운데 권력의 힘 앞에 지시된 명령에 반할 수 없었던 궁녀나 의녀들의 고달픔이 자신의 삶까지 담보로 제공해야만 했단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사도세자를 중심으로 펼쳐진 이야기가 아닌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 시절의 이야기를 추리형식으로 엮어낸 작품은 신분, 계급,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끝까지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추측이 끝까지 긴장감을 느끼며 읽은 책, 역사적인 사실과 허구의 적절한 배치를 통해 당대 한 많은 여성들의 인생 조명과 그럼에도 꿋꿋이 자신의 앞날을 걸어가는 백현이란 여성의 존재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가제본으로 읽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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