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레이가 실종된 지 12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케이는 딸 모모, 친정 엄마와 같이 살고 있는 여성이다.
죽었는지, 행방불명인지 그 어떤 느낌조차 받지 못한 채 집을 나선 남편, 이후 홀로 딸을 키우는 케이란 여성이 거니는 여정을 현실과 환상, 아니면 그녀 자신 내면에 있는 또 하나의 자아가 그녀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작품 내용은 읽는 동안 내내 몽롱한 느낌이 들었다.
결혼하고 출산과 수유 과정을 거치면서 케이가 딸 모모에게 느끼는 감정의 솔직한 표현들도 그렇고 남편이 유일하게 남긴 단서인 '마나즈루'라는 곳을 찾아 떠난 그녀의 마음을 유령의 여인이 등장하면서 함께 나누고 케이에 대한 비밀까지 안다는 분위기는 추리 성격을 띤다.
남편의 부재 아닌 부재, 세이지와의 불륜은 남편의 빈자리인 공허함을 채워 줄 유일한 상대로 보이지만 차츰 그와의 관계와 연을 끊고 살았던 시댁에서의 일들을 통한 상실감 회복은 잔잔한 바다이자 거친 파도가 있는 마나즈루와 함께 한다.
책 속에서는 레이가 왜 사라졌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정말 컸는데 작가는 이에 대한 여지를 추리처럼 살짝 보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인생에서의 상실과 재생의 과정을 케이란 여인을 통해 잔잔하게 그려냈다.
작품 속 일본 내의 사회적인 분위기와 세이지와의 관계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작가가 그린 인간의 삶에 있어서 상처와 아픔들을 마주하며 비로소 자신의 처한 위치에서 다시 일어서 보려는 희망의 그림들은 여러 장르 구성을 통해 보인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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