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볼 때 등장인물들이 지닌 캐릭터에 매료되어 푹 빠져 보는 경우도 있지만 미장센에 대한 전문가의 탁월한 시선으로 만들어진 구도나 색채들 때문에 오히려 본 영화에 대한 내용보다 더 오래 잔상이 남는 경우가 있다.
시상식에서도 보면 의상, 미술, 조명에 이르는 각 분야별 선정 상이 있을 만큼 영화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주변에서도 흔히 익숙한 컬러 패턴들의 세계는 이 책을 접하면서 다시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이 책은 롤링스턴, 베니티 페어, 가디언 등에 영화 평론을 쓰고 있는 저자의 시네마 컬러 가이드북으로써 50편의 영화에 담긴 색채가 담고 있는 영화 속 의미를 알아볼 수 있는 여정은 무의식처럼 다가온 컬러가 만든 이들의 세밀한 주도 하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과정이 영화 역사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흑백 영화에서 다룬던 당대의 흐름이 그림, 사진물, 영화로 이어지는 변화에 맞춰 색채화 공정의 변화를 거치고 흑백영화에서 보던 아마추어 비슷한 거친 필름의 색채가 보다 다양하고 화려한 컬러의 시대를 맞으면서 전 시대와 결별하기까지의 발달된 컬러의 세계가 흥미롭다.
유명한 작품들에서 보는 색채의 향연이 컬러 팔레트에서 만들어지는 오묘하고 넓은 색채의 세계로부터 초대받은 듯이 여겨지는 이러한 영화에 등장하는 각 포인트별 컬러에 대한 설명 부분은 무성영화, 유성영화, 코닥필름과 후지필름의 시대별 변천사와 흐름에 호응하지 못함으로써 사라져 버린 이야기들까지, 여기에 디카 시대를 맞고 감독들이 변화에 호응하면서 촬영한 기법들은 요즘 영화계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와 첨단 장비의 도움을 비교해 보는 내용으로 나아간다.
코로나 탓도 있었지만 이제는 웬만한 OTT시장의 저변확대로 굳이 영화관을 찾지 않아도 집에서 편히 시청할 수 있다는 이점은 있지만 저자는 컬러 TV의 발전이 영화 스크린에서 보는 감흥을 대체할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저자가 선택한 영화 각 장면에서 보는 컬러감이 주는 의미는 한마디의 대사보다 오히려 그 영화를 대표할 수 있다는 것에 이른다는 사실들은 주인공이 입은 옷에 대한 컬러에 담긴 시대적인 의미, 뒤배경과의 매치를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영화 주제가 품고 있는 많은 것을 보인다는 데서 컬러 팔레트의 발전은 앞으로 어떤 획기적인 변화를 가질지 궁금해졌다.
각 영화에 담긴 컬러의 배색을 큰 팔레트로 함께 보임으로써 쉽게 이해하도록 다룬 점도 좋았고 뭣보다 각 국의 여러 영화 소개를 통해 영화를 전공하는 분들이 읽게 된다면 보다 깊은 내용을 알 수 있는 시간, 일반 독자들이 읽고 난 후엔 영화를 보는 시각을 훨씬 넓게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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