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누스 시리즈’의 열한 번째 작품으로 접한 '몬스터'-
오랜 세월 콤비로서 개인사는 물론 수사방향에 있어 한 몸 같이 움직이는 두 콤비인 보텐슈타인과 피아의 활약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16살의 리사가 친구 사라와 다툰 후 서로 각자의 방향으로 간 이후 집에 돌아오지 못한 채 죽은 채 발견된다.
초동 수사 단계에서 주변 목격자 및 친구들 말에 따라 리사가 아프가니스탄 이민자 파바드와 만난 것을 알게 되고 그를 찾게 되지만 주거지 이탈과 함께 그조차 행방이 묘연하다.
이후 실명이 파악되지 않은 두 남자의 죽음이 목격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 수사팀은 사건 뒤에 가려진 다른 진실들과 부딪치게 되는데...
얼마 전 방영이 끝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한국판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고 요즘 판타지 드라마로 직접 가해자에게 벌을 내리는 판사 역할이 주된 드라마가 또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통쾌함을 느끼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작품을 읽으면서도 법의 허점들을 다시 떠올려 본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에 연관된 주된 관심사가 가해자에게 많은 시선들이 가고 이에 비해 피해자 및 피해자의 가족이 겪은 고통은 그에 비하면 부족함이 보인다.
천륜을 끊는 이별 앞에서 부부의 서로 다른 애도의 방식과 용의자로 지목된 누군가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면 보통 사람들은 그를 범인으로 생각하게 된다.
작품 속 내용에서 보인 파바드를 두고 시민들이 갖는 선입견에 대한 이러한 행동들은 저자가 독일은 물론 유럽 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이민자들이나 이민 신청자들이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환경과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 여기에 난민 통합이라는 현안과 법적으로 형량을 선고하는 법 체계에 대한 불만들을 그려낸다.
누군가 고통에 찬 삶을 살아가는 유족들에게 다가가 법이 해결해 주는 못하는 복수와 원한을 풀어줄 수 있다고 접근하는 말을 듣는다면 한순간 유혹에 빠지지 않을까?
실제 이 작품 속에서는 수사방향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살인 사건에서 국가적,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직시하는데 이들의 아픔을 해결해 주는 이들조차도 트라우마의 근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자들이란 점과 유족들의 삶이 이런 절차를 통해 복수를 하더라고 마음의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지니게 된다는 점을 드러낸다.
리사의 죽음에 관한 수사방향이 이러한 사적제재라는 목적을 지닌 자들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전개로 이어지면서 정의 실현이 유족이 원한 대로 해줄 수 없다는 법의 한계, 여기에 판결을 내리는 입장에서 겪는 심적 고통들이 큰 결과로 이어지는 흐름들은 추리와 스릴의 공포를 느껴 볼 수 있다.
십 대 소녀들의 단순한 거짓말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제도적으로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면서 의뢰인의 승소를 통해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는 변호사, 국제적인 문제점들이 사건과 만났을 때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언론들의 실상, 빠르게 퍼지는 온라인상의 밈과 매체 양산은 작품 속에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리사의 죽음 뒤에 가려진 진실과 뜻밖의 범인 등장은 이 소설이 지닌 또 하나의 반전의 맛도 느낄 수 있겠고 무엇보다 점점 소재의 확대면에서 점차 반경을 넓혀가는 저자의 글이 이번 작품에서 만날 수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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