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 그 당시 읽었던 카프카의 문학들은 뭔지 모를 난해함, 모호함, 그렇다고 한번 손에 잡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아야겠다는 이끌림 때문에 저자를 떠올리면 양가의 감정들이 든다.
이번에 빛소굴에서 출간된 '성'을 만나는 기분은 뭐랄까? 오랜만에 만난 지인의 소식을 가끔씩 접하다가 바로 얼굴을 맞대고 만났다는 느낌들이 밀려왔는데 아무래도 그의 '고독의 3부작' 중 가잘 그를 대변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토지 측량기사 K라는 인물이 성 아래에 있는 마을에 도착해 여관에 들르고 성 관리인의 아들로부터 백작의 허락 없이는 마을에 머물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되는데 자신이 온 목적을 말해도 착오가 있다는 말을 들을 뿐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조차 모호하다.
다음 날 다시 성으로 향하는 K는 성에서 들은 답이 여전히 강함을 느끼게 되고 자신이 머물던 곳이 아닌 만큼 이방인이란 신분으로 자리를 맴돌 뿐이다.
이전 작품에서도 보인 바 있는 분위기와 비슷하게 여겨지는 것과 K의 노력들이 이어지는 과정은 '성'이 지닌 의미와 K로 대변되는 인물의 비유는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도달하고 싶으나 도달하지 못하는 실체, 여전히 그 안에 들어가 보고자 하지만 끔쩍하지 않는 '성'의 견고함은 그 '성'이란 존재에 자신의 실체를 인정받기 위한 K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현재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도 이런 일들이 존재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들을 느끼게 된다.
이는 부조리한 삶에서 오는 그 자체일 수도 있겠고 은유적인 어떤 절대적인 권력들을 떠올려보게 되는데 아무래도 저자가 살아온 삶자체에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들이 비교되면서 만약 이 소설이 미완이 아닌 완성본으로 출간됐다면 저자는 어떤 결말들을 그렸을까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성'에 대해 맹목적인 복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자신의 뜻을 표현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무의미한 삶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고 그렇게 때문에 미완으로 남은 이 작품의 해석들이 여전히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으로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실존문학으로써 다시 마주한 이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도 여전히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성과 인간이란 존재의 비교를 통해 다양한 부분들을 재해석해 볼 수 있다는 데서 이 소설의 의미는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떤 울림도 주는 작품의 분위기는 일말 카프카의 미래를 내다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 것이라 21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나름대로 철학적 시간을 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