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 잔 걸쭉하게 마시고 풀어내는 듯한 목소리를 연상케 하는 가수, 바로 한대수다.
한국 포크 음악계에서 한대수란 이름이 지닌 느낌은 윤형주, 송창식, 양희은과 함께 포크 음악의 산실처럼 여겨진다.
어린 시절 사촌집에 가면 항상 전축에 레코드 판을 올려놓고 듣던, 대학생이던 사촌들의 모습이 이 책을 대하고 나니 더욱 떠오른다.
시대적 물결의 바람을 타고 자신만의 고유성 있는 음악을 표현하던 그가 어느덧 75살이란 나이라니~
사실 그의 대표적인 노래라고 하면 ~물 좀 주소, ~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 란 노래로 익숙한데 사진작가로서 활동을 한 이력이 가수란 직업과 상반된 듯하면서도 예술 활동에 보자면 수긍이 간다.( 저자 자신은 생계의 수단으로 살아왔단다.)
이 책은 1960년대부터 2007년까지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집을 엮은 책이다.
사진의 역사를 보면 지금의 디지털 시대에 누구나 쉽게 찍을 수 있는 기계의 발전과 휴대폰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의 질감들은 대세에 따라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시점으로 흐른 사진과 그 전의 사진들이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거칠듯 투박한 사진들 속에 1967년대의 서울과 뉴욕의 비교 모습들, 타국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 지금의 패션 유행이 돌고 돈다는 느낌이 와닿는 부분들도 있고 모 방송의 제목인 그때 그 시절을 아십니까?로 소환할 수 있는 서울의 풍경이 왜 이리 반가운지...
세월과 시간 앞에서 모든 만물은 변하고 발전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담은 사진이 지금의 삭막한 현대 사회의 단면에서 보이는 차가운 것보다는 한층 더 정감 있게 다가온다.
자신의 개인사에 얽힌 이야기도 솔직하게 풀어낸 내용도 그렇고 공개한 적 없는 미공개 사진을 보는 기회가 된 시간이라 더없이 그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특히 선명한 컬러가 주는 이미지도 좋지만 이렇게 흑백 사진을 오랜만에 만나보는 것도 정말 좋았다.
'-사진은 순간포착이다'
이 순간만을 찍기 위해 노력한 시간도 있을 것이고 우연히 마주친 사물이나 사람들의 표정, 거리의 활기찬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는 그 순간의 포착은 오늘날 우리들의 삶의 소중한 진실의 표정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삶이라는 고통, 살아오면서 부대낀 저자의 철학적인 생각도 들게 하는 제목인데 그것이 오롯이 사진에 담겨 있는 뷰를 통해 스미듯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이제는 보기 힘든 1960년대의 풍경들이 잔잔하게 다가왔던 시간, 맥주 한잔 마시고 즐기십시오! 란 말에 맥주 대신 감자칩 집어 들며 잘 감상했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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