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하던 직장생활과 결혼, 출산을 겪으면서 두 살배기 아이와 독박육아라고 표현해도 될 듯한 환경에 처한 여성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엄마라는 자리에 있는 분들에겐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남편의 직업상 출장일이 잦고 자신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이에게 올인하며 지내는 엄마란 자리, 그녀는 모성이란 이름으로 아이가 자신에게 매달리고 그 아이를 사랑하지만 집 안에서의 삶은 직장생활을 하던 그 시대의 자신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 자신의 내면에 어느 순간부터 느끼기 시작한 신체의 변화, 털이 나기 시작하고 혹이 나오는 모습에서 흡사 '개'를 떠올리게 하면서 그녀는 어느 순간 진짜 '나이트 비치'가 되어 잠시나마 자유에 대한 해방감을 느낀다. (카프카적 변신!)
소설은 같은 선에서 출발한 남편과 자신의 위치가 어느 순간 출산이란 이름으로 명명된 고통스러운 체험을 마치고 자신의 이름이 아닌 새로운 이름인 '엄마'란 자리에 있게 되면서 겪는 나 자신과의 싸움과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자신의 위치에 대한 위축감들이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면서 자조적인 농담으로 들려준다.
정작 자신의 자리는 정체되어 있는데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에게 자신의 육아에 대한 지침과 도움 요청들을 하지 않았던 이유에는 가장이란 이름으로 실제 가정생활의 경제력을 담당하고 있다는 이름이 있었고 점차 환경 매너리즘에서 빠진 자신의 경력단절은 그녀를 더욱 몰아가며 동물의 강인한 이빨을 숨긴 채 점차 강한 분노력을 폭발한다.
과거와는 달리 워킹맘이란 이름이 낯설지 않은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 삶의 한 단면을 들여다보듯 이어지는 내용은 삶에 지친 여성 스스로가 억눌린 야성의 분노와 본연의 자신으로 돌아가길 희망한 과정 속에서 사랑과 결혼, 출산, 그리고 자신의 능력이 더 이상 빛을 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우화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여성이 갖고 있는 '모성'이란 주제를 현실에 기반한 부조리한 사회제도에 대한 비침과 어머니란 존재가 지닌 힘에 의해 스스로 여성이란 한 사람의 주체자로서 갖는 딜레마를 밤이면 개로 변할 수밖에 없는 '나이트 비치'란 것으로 형상화해 그린 점이 인상 깊었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나만의 시간도 필요한 엄마란 존재, 그런 엄마들이 겪는 좌절들을 작가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그린 작품이라 그런지 더욱 실감 나게 다가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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