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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산다.

 

 

일러스트레이터 겸 만화가인 저자가 선보인 곤충들의 삶, 세밀화는  아닌데 특징을 잘 포착해서 그린 점들이 우선 눈길을 끌었다.

 

 

천적인 곤충들의 관계와  동화 속에서 보인 내용과는 다른 차별화된 내용들이 인간사에 깃든 편견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의 천적 관계는 만나고 싶지 않아도 자꾸 보게 되는 멀고도 가까운 사이, 피할 수 없다면 보기는 해야 할 텐데, 이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흡사 인간관계에서도 어쩔 수 없이 부딪치는 문제에 대비해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공벌레의 존재는 작은 사이즈에 어울리게 곤충들이 벌이는 스포츠 축제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축구 시합에 공으로 쓰인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킥이 너무 셀 것 같다며 다른 곤충의 제안을 거절하는 모습에선 유머가, 킬링 공의 존재로써 거북이가 등장하는 장면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번데기는 어떤가?

스키 점프에 최적화되어 있고 골대에는 거미줄을 쳐서 공의 유입을 막는다는 발상, 그렇지만 모두가 즐기는 축제임에도 한시적인 생명인 곤충인 메뚜기는 4년 뒤를 기약할 수없다는 안타까움도 보인다.

 

 

 

어릴 적 알고 있는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는 기존의 내용에서 벗어난 공존의 화합으로 다가온다.

 

 

일개미와 베짱이가 서로 위안을 주고받으며 함께 앙상블을 이뤄 음악을 들려주는 장면, 이것은  게으름과 부지런한 곤충을 대표한다는 고정된 인식에서 벗어나 두 곤충의 이점이 합해졌을 때 다른 차원의 시너지 효과를 본다는 내용이 특히 와닿았다.

 

 

곤충들 세계에서도 사랑이 있고 그 사랑에 대한 감정을 모르는 답답함의 커플들이 있는가 하면 함께 고무나무 수액을 나눠먹는 사이좋은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의 공존, 여기에 개구리 이야기는 곤충과는 또 다른 양서류의 존재로써 자신의 환경에서 함께 살아가는 곤충들과의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들이 정겹게 그려졌다.

 

 

곤충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우리 인간들의 관계를 대비해 보게 되는 것은 서로 다름의 인정, 그런 인정을 함으로써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엿보게 된다.

 

 

 

 바쁜 것도 좋은 일이지만 잠시 한 템포 늦춰서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저자의 글과 그림들이 곤충의 세계를 통해 그려져 있어 더욱 친근감이 들었다.

 

 

 

어릴 적부터 곤충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는 작가가  2년 간의 온라인 연재작 가운데서 따로 뽑은 에피소들과 새로운 50여 쪽을 합해 출간한 책이라 연령에 구분 없이 온 가족 누구나 함께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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