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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품은 세계

 

 

우리가 느끼지 못하지만 하루에도 많은 단어가 우리의 입을 통해서 살아가고 사멸한다.

 

 

그것이 단어란 의미를 벗어나 좀 더 넓은 의미로 해석해  단어 발생부터 시작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까지 두루 살펴본다면 더욱 와닿을 수 있는 책을 통해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황선엽 교수가 들려주는 내용은  실제 우리 생활에서 익숙하지만 첫 발자국부터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역사와 사회, 문화, 관습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스며든 영향을 밝히고 있으며 여기엔 특히 시와 문학, 외래어, 고유한글에 대한 남다른 영역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이 된다.

 

 

 

이제는 대중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정착한 '당근', '쪽팔리다'같은 말들이 세태와 시대를 고려해 국어사전편찬이나 한국말로 올라가는 것을 보면 단어를 어떻게 대중들이 받아들이고 이런 현상에 대한 자연스러움이란 것에 관한  시대적 흐름들을 느껴보게 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사용하시던 ~내해 야, 이빠이, 만땅, 다마네기, 요지 같은 단어가 지금은 사라진 한국 고유의 말과 일제 강점기시대의 영향으로 스며든 것이란 것을 떠올려보거나 한자권 영향을 받은 나라이기 때문에 말속에 담긴 뜻이나 한자 발음을 이용해 안착하게 된 단어들을 읽는 동안 새삼 단어의 유예시간이 빠르고 급속하게 변하는 시대로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동백꽁, 고추, 상추, 앙치질, 얼룩백이 황소...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단어들 중엔 시각적으로 떠올려보게 되는 의미가 실은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는 사실과 신조어나 조어가 요즘 시대에 발생하고 즐겨 사용하면서 살아남은 단어들,  정치적으로 한자권이나 일제강점기에 사용하던 단어를 순수한 우리나라 말로 변화하는 과정들 또한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다가왔다.

 

 

 

 

 

특히 전철역이나 지금도 옛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거리의 이름들을 다룬 부분에서는 한자와 한글의 역할은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옛 지명이 새로운 지명으로 바뀌는 모습들 속에는 개인적으로 아쉬움도 남는다.(요 근래 기사를 보니 당고개 역이 불암산역으로 바뀐다.) 

 

 

 

서양에서는 라틴어를 근간으로 단어의 파생들이 이루어지듯 저자가 들려주는 단어 어원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외국인들이 한글 배우기는 쉬운데 한국어 배우기가 어렵다고 말하듯 고유한 문자와 단어가 지닌 풍부한 의미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단어들, 외래어와 외국어와 함께 어떻게 잘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만의 단어로 이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 또한 많아짐을 느낀다.

 

 

 

책을 접하면서  일상의 단어들이 더욱 예쁘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 우리 것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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