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프랑스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에밀졸라-
국내에 출판된 작품들이 루콩- 마카르 총서를 중심으로 엮은 방대한 이야기부터 실제 역사 사건의 쟁점에 있었던 일에 자신의 생각을 쓴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번에 마주하게 될 작품집들 또한 그만의 색채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작품집들은 장편소설이 아닌 단편 선집 구성으로 다섯 편의 작품을 보인다.
'방앗간 공격', '나이스미쿨랭', '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 '샤브르 씨의 조개', '수르디 부인'으로 선보인 작품들 내용은 배경 묘사 자체부터 각 등장하는 인물들의 특성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그렸다는 점에서 읽는 내내 실제 그 당시의 생활상 모습이나 풍경이나 사물들에 담긴 하나하나의 세밀함이 돋보인다.
- 물이 은빛 물결로 물레에 쏟아지면, 물레는 진주 방울을 뒤집어쓴 채 그 기이한 뼈대를 눈부신 은빛 목걸이 아래로 돌렸다.- p 11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들을 대변하는 인간들의 군상들 모습이 삶에 있어서 뜻대로 이뤄지는 것들이 힘들며 이러한 진행의 흐름들은 아이러니와 희비극조차도 섣불리 확실하게 단정 지을 수없는 예측불허의 삶을 보여주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첫 번째 작품인 '방앗간 공격'의 배경인 프로이센- 프랑스 전쟁을 통해 시골 방앗간에서 벌어지는 연인들의 사랑과 고민들을 그린 이야기는 저자가 그동안 그려온 전쟁시대( 작품 : 패주)를 관통하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사연들이 제도와 복잡한 인간 내면을 중심으로 충실히 그려왔듯 이 작품에서도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과 연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부조리와 어리석음에 일침을 가한다.
그런가 하면 '나이스 미쿨랭'은 저자 자신이 실제로 체류했던 레스타크에서 쓴 작품으로 아름다운 풍경의 묘사는 절로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리고 이런 풍경 속에서 학대 속에 살아가는 여인이 사랑에 빠지면서 연인을 위해 아버지를 죽이려는 결심을 하게 되는 진행이 불안감을 선사하며 빠져들게 만든다.
저자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강하게 느꼈다고 하는데 그런 자신의 마음의 불안을 표현하듯 그린 '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에서 다룬 내용들은 관 안에 갇힌 인간의 심리와 행동들을 너무도 탁월하게 그려냈다.
이외에도 '샤브르 씨의 조개'에서는 특유의 외설스럽고 우스운 이야기를 펼치고 있으며 마지막 '수르디 부인'에서는 미술을 모티브로 삼아 두 남녀의 예술과 결혼생활을 통해 예술의 본질과 예술가, 예술작품에 대한 저자만의 생각과 물음들을 독자들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이야기꾼으로서 각기 다른 단편에서 보인 저자만의 작품세계는 지금도 여전히 마치 평행선을 걷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데 이는 인간군상에 대한 표현과 심리의 불안들이 인생사 전반에 걸친 여러 감정폭들을 작품 속에 녹여낸 점들로 인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선과 악, 전쟁과 사랑, 그리고 예술에 이르기까지 그가 그린 창작의 세계는 단편선집을 통해서 차후 펼쳐진 대작품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원동력이 된 기본이었고 이는 독자 입장에서도 그의 단편을 읽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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