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포화에서 잠시 떠나 슈루즈베리로 찾아온 두 명의 수사-
십자군 전쟁에서 영웅으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이제는 희망이 없는 삶, 죽을 날을 기다리는 휴밀리스 수사와 그의 곁을 조용히 지키며 그를 보살피는 피데일리스 수사가 그들이다.
그들은 캐드펠 수사가 있는 수도원으로 오게 되지만 3년 전 휴밀리스의 약혼녀였던 여인이 사라지면서 그녀를 찾기 위해 쫓는 여정을 그린다.
작품 속 배경이 되는 십자군 전쟁이란 소재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중심점은 '사랑'이다.
사랑이란 말이 품고 있는 의미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들어있으며 그런 사랑의 형태를 이 작 품속에서는 각기 다른 사랑법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휴밀리스를 따르는 벙어리 수사 피데일리스가 보인 사랑의 형태는 전형적인 존경심과 헌신, 이에 따르는 무조건인 희생과 봉사가 깃든 것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오로지 자신이 사랑하는 이의 곁에 있음으로 이를 충실히 따른 형태의 사랑법, 현대에 들어서도 보기 드문 모습이란 생각이 들며 휴밀리스가 보인 사랑의 형태 또한 자신의 현실과 그 현실을 알고서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종교인으로서의 한 면모처럼 다가온다.
그런가 하면 이들을 둘러싼 다른 이들의 사랑은 젊은이다운 맹목적인 사랑과 열정의 모습으로, 이들을 둘러보는 캐드펠 수사가 보인 너그러운 사랑의 형태는 이기적이고 나를 중심으로 관계를 맺어가는 현대인들의 얄팍한 모습과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 사랑에 대한 실제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속에 간직된 타인에 대한 존경심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이 작품에서 약혼녀와 얽힌 반지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풀어나가는 여정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아름다운 사랑의 실체를 보여주는 작품 속 내용을 읽으면서 시대가 흘렀어도 여전히 우리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사랑하는 마음'에 대한 것들을 느낄 수 있어서 다른 작품보다 좀 더 따뜻하게 느낄 수 있어 좋았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