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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 토킹

 

 

이미 책 소개에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작품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 영화 원작)이란 사실에서 호기심이 들었고, 이내 펼쳐든 순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는 허리케인급 충격이라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몰로치나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메노파 종교를 지니며 살아가던 곳에서 3세부터 노인 여성을 대상으로 벌어진 폭행과 강간 사건은 마을의 공동체 남자들이 동물용 마취제를 사용해 그녀들에게 해를 입혔다는 사건을 토대로 다룬다.

 

 

이는 마을 남자들, 그것도 친척관계인 자들을 포함한 8명이었고 이들에 대한 여성의 보복성에 대해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신부가 도시로 보내는 사건은  이들을 방면하고자 다른 남자들이 돈을 모아 도시로 나간 사이에 두 가문의 여성들이 모여 나누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엄격한 그들 특유의 종교집단의 교리에 충실한 삶에 맞춰 남자들의 지시와 이를 무조건적인 순응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던 여인들, 정작 신부는 이들을 용서해야만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종용하면서 이에 대한 이들 여성들의 토론은 먼 과거가 아닌 현시대에 발생한 사건이란 점이 충격이었다.

 

 

누구도 아닌 나의 아내, 딸, 미처 인지하지도 못하는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저지른 이런 만행에 대해 여성들은 침묵을 강요당한다.

 

 

1. 아무것도 하지 않기

2. 남아서 싸우기

3. 떠나기

 

 

 

 

위 세 가지 투표에 대한 대화를 가지면서 벌어지는 여성들의 연대감은 읽는 독자들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우선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분노, 아픔, 종교가 지닌 힘에 의해 구속당하고 이를 당연하듯이 받아들인 그녀들의 삶, 글도 모르고 읽을 줄도 모르는 그녀들의 대화를 아우구스트 예프란 자가 구술을 받아 기록한 형식으로 남긴 이 작품의 구성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남과 여의 성차별과 종교 속에 각인된 천국의 실천은 무엇인지를 물어보게 한다.

 

 

 

용서라는 것이 침묵과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닌 그녀들 스스로 우러나는 행동의 발산이 아닌 만큼 다양한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녀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뒀던 부분은 아이들 보호와 평화로운 종교의 삶을 이루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읽으면서 갑갑했던 부분 중 하나가 왜 이곳을 떠나자는 결단을 빨리 내릴 수 없는가였다.

 

 

타자의 시선에선 여전히 남자들이  돌아온다 하더라도 참회의 행동은 보일 기미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인 이곳에서 위험에 노출된 삶에 지속 여부를 망설인 이유 중 하나인  근거가 종교가 지닌 막강한 힘의 논리, 성서에 의지한 삶을 토대로 살아간 그들이 외부 세계 근절로 인한 한정되고 고립된 공동체란 사실, 그렇기에 쉽게 외부 세계로 발을 내딛기까지의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많은 고민들이 발목을  잡았고 이런 부분들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뒤 부분에 갈수록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특히 종속적인 삶에 의지해 살아가는 여인들이 자신들을 '몰로치나의 여자들'이라고 말한 대목이나 13~14세에 이르는 남자아이들을 함께 데리고 떠나기를 결정한 부분에서는 여성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감과 모성애를 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들이 엿보여 읽는 내내 절절한 마음마저 들었다.

 

 

 

우리들은 남녀평등을 외치지만 위 공동체 삶처럼 살아가는 이들에겐 이런 의미마저 의식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실제 그녀들이 서로에게 고성과 위안, 웃음을 터트리는 대목들을 읽을 때는 자신들이 동물이 아닌 인간이란 사실을 자각하는 부분들을 깨우치는 모습과  침묵을 벗어나  독자적인 얘기를 통해 그녀들만의 새로운 삶의 목적을 이끌어내는 과정은 잊지 못할  부분으로 남을 것 같다. 

 

 

 

 

 

과학자들도 밝히지 못한 수면 밑바닥에 유유히 흐르는 물살처럼 그녀들의 인생도 어쩌면 이보다는 더 나은 세상으로의 발길을 통해 지금보다는  행복한 삶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게 다가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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