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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노이의 불평

 

 

각 나라마다 성에 대한 표현과 인식의 차이는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를 비롯해 흔히 알고 있는 동양권에서 다뤄지고 있는 '성'에 대한 표현법과 그것을 둘러싼 환경, 교육과 실 생활에서의 행동은 많은 것을 생각하고 드러내야 하는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생활의 표현이 대부분이었다.

 

 

 

인간의 기쁨 중 하나가 동물과는 달리 서로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성생활을 할 수 있다는 데서 동물과 다른 점이란 글이 생각난다.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사랑의 행위를 통해 기쁨과 환희를 느끼며 어쩌면 미래의 내 종족번식의 한 절차의 하나로까지 여겨지는 '성'이란 말에는 이렇듯 여러 가지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성'이란 단어 그대로 우리가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아무런 타인이나 환경의 제약에 걸림돌 없이 그대로 표현하고 싶은 대로 표현을 모두 하고 살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는 몇 사람이나 될까?를 생각해 본다.

 

 

 

여기 아주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고, 그렇다고 이상한 성 도착자 같기도 하지만 그렇지도 않은, 변태라고 부를 수 있을까? 꼭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아주 기막힌 요즘 말로 하면 '별종 중의 아주 별난 별종이요, 특별한 존재라면 특별한 사람'이라 여겨지는 사람이 나온다.

 

 

 

바로 학벌, 인물, 재정적인 능력을 모두 갖춘 유태인 엘리트 변호사 앨릭잰더 포트노이다.

 

 

앨릭스는 가난한 동네의 할렘과 푸에르토르코인들에 둘러싸인 허름한 빈민가를 돌아다니며 그들의 미래에 비 오는 날에 대비해서 우산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아래 그들에게 보험을 팔러 다니는 외판원이자 항상 변비와의  씨름을 아침의 대부분을 보내는 아버지, 자신에게 항상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며 모든 행동과 말을 간섭하는 엄마, 일테면 유태인들이 먹은 음식 외에 패스트푸드 음식을 먹고 온 날이면 그 음식을 정말 먹었는지, 변기에 토해낸 것을 확인해야만 한다는 그런 엄마,  그리고 위로 누나를 둔 사람이다.

 

 

 

 -  포트노이증(症) Portnoy's Complaint.... 앨릭잰더 포트노이의 이름을 딴 병명. 강력한 윤리적, 이타주의적 충동들이 종종 도착적  성격을 띠는 극도의 성적 갈망과 갈등을 일으키는 질환.... 슈피포겔은  이 증상들 가운데 다수는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에 널리 나타나는 결속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작가가 의도한 바 (인위적으로 만든 병)대로 이 작품의 주된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성공을 하고 부모로부터 독립해 살고는 있지만  포트노이는 여전히 마마 보이면서 자신의 성적인 감정을 주체 못 해 어릴 적부터 집  화장실, 학교 화장실, 그리고 누나의 속옷까지 응용해 가면 자신의 몸 일부인 거시기를 만지고 흥분을 느끼면서 길거리에 맘에 드는 여인이 있다면  즉시 콜을 하는,  이른바 확실한 엘리적인 면모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다.

 

 

 

- 손장난을 하루에 한 번으로만 줄일 수 있다면. 아니 두 번, 아니 세 번만으로 버틸 수 있다면! 하지만 곧 영원한 망각이 찾아들 거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오히려 신기록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식사 전에. 식사 후에. 식사 도중에. 식탁에서 벌떡 일어나며 비극적인 동작으로 배를 움켜잡는 거죠. 설사예요! 그렇게 소리치는 겁니다. 설사가 나오려고 해요!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누나 옷장에서 훔친 속옷을 머리에 뒤집어씁니다. 돌돌 말아 손수건에 싸서 호주머니에 넣어온 거죠. 면이 입에 닿는 느낌이 너무 짜릿해서—“팬티”라는 말도 너무 짜릿해서—사정 궤도가 전에는 도달하지 못한 놀라운 높이에 이릅니다. 로켓처럼 내 물건을 떠나 곧바로 머리 위의 전구를 향하더니 놀랍게도, 또 두렵게도 전구를 맞히고 거기 그대로 매달려 있습니다. -p33

 

 

 

 

 

이런 그가 슈피포겔 박사를 만나 자신의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겪어 오고 행해 오고 있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원인과  그 불평불만을 두서없이 과거로, 현재로 오가며 주절주절 떠들어대는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의 이런 행동은 자신이 유대인이면서도 유대인들이 믿는 종교를 믿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충격을 주고, 주위의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넌지시 함으로써 자신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엄마의 말 뜻에 거부를 하는 이유가 절절히, 아주 가슴에 와닿게 자신의 성적인 조절을 주체 못 해 퍼붓는 행동의 양식으로 나타나는 불평을 하나하나 한 인간의 성장을 지켜보는 독자들에게 흡입을 시킨다.

 

 

 

언뜻 보면 무척 난해할 만도 하고(뭐가 부족해서 이런 행동을?) 자식 가는 길에 허튼소리 할 부모가 어디 있으며(그러나 그가 느끼기에 엄마는 정말 주도면밀하게 그를 감시했다.) 일정한 나이가 차서 반드시 결혼을 해야만 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반기를 든다.

 

 

 

 이런 흐름의 과정에 있어서 분위기상 무척 무겁고, 대화를 통해서 나타나는 각 사람들의 주장을 듣노라면 누가 옳고 그른지를 독자의 입장에선 어려울 것 같은데, 작가는 배가 굴러가도록, 입가가 아파서 인위적인 행동으로 다물어줘야 할 정도로 유머, 그것도 세상의 유대인들에 대한 잣대와 그들의 행동방식과, 종교적인 생활, 그리고 성적인 표현 자유에 대해서 비판, 조소, 원망, 빈정거림을 모두 내포한 단어들로 독자들을 정신없게 만든다.

 

 

 

그의 부모는 미국이란 거대한 나라에서 유대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 안엔 오랜 세월 유대인들만이 느끼는 다른 백인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그것을 이겨나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것, 또한 자신들의 처지와도 같으면서 약간 다른 할렘가의 사람들을 대하는 유대인들을 바라보는 포트노이에게 유대인식 생활을 주입시키려 하지만 포트노이는 반발한다.

 

 

 

- 이방인이라서 나쁘다느니, 유대인이라서 좋다느니! 사랑하는 부모님, 어쩌다가 나를 자식으로 낳아주신 두 분. 모르세요? 그런 생각이 약간 야만적이라는 걸?  두 분이 표현하고 있는 게 두 분의 공포라는 걸? 내가 두 분에게서 배워 가장 먼저 구별하게 된 것이 밤과 낮도 아니고,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도 아니고 이방인과 유대인이라는 걸!...(중략) 유대인 유대인 유대인 유대인 유대인 유대인! 벌써 내 귀에 들여오기 시작하네요. 고난당하는 유대인의 이야기가!  내 민족이여, 제발 부탁인데, 당신네 고난의 유산은 당신네 고난당하는 똥구멍에나 꽂으세요. 나는 공교롭게도 한 인간이기도 하단 말이야! -p 112~113

 

 

 

여기에, 포트노이의 성적인 표출방식이 그 어느 소설에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원색적이고 적나라한 단어들 일색인 면에서 작가의 또 다른 '성'에 대한 생각이 드러나 보인단 점에서 두드러진다.

 

 

 

겉으로 안 그런 척 , 젊잖고 고품위의 단어를 적절히 써가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모두가 원초적이고 태고 적부터 유전인자에 감추어진 '성'에 대한 활발한 행동들을 하는 그 양식을 인류가 만들어 놓은 절차와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하고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빈정거림이 있다.

 

 

 

- 부모를 기쁘게 하려고? 규범에 순응하려고? 도대체 내가 왜 몇 년 전만 해도 명예로 여겨지던 독신남이라는 것에 이렇게 방어적이 되어야 하는데? 결국 그게 핵심인 거죠. -독신남 생활. 그게 뭐가 죄라는 겁니까? 성적 자유가? 요즘 같은 시대에? 왜 내가 부르주아지에게 허리를 굽혀야 합니까?....(중략)... 왜 내가 정직과 자비로 나의 욕망을 정당화해야 하는 겁니까! 그래요, 나한테는 욕망이 있어요. - 다만 그게 무한할 뿐이라고요. 무한하단 말입니다.!-p151~152

 

 

 

 

- 사랑을 위해? 사랑이 뭔데요? 우리가 아는 저 모든 남녀, 굳이 자신이 구속되는 것을 허용하려 드는 그 사람들을 함께 얽매어놓는 게 사랑입니까? 사랑보다는 오히려 허약함에 가깝지 않을까요? 오히려 편의와 냉담과 죄책감이 아닐까요? 오히려 두려움과 피로와 무기력, 아니면 아주 단순하게 그냥 배짱이 없는 것 아닐까요?....(중략) 제발 "사랑"과 그 지속 기간을 두고 서로 거짓말하지 말자고요. 그래서 내가 묻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오. 육. 칠 년이 지나면 신선한 새 보지를 사냥하러 거리에 나설 걸 뻔히 알면서 내가 어떻게 "사랑" 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느냐고요. -p154

 

 

 

대부분의 문학작가들에게 닮고 싶고 배우고 싶고 존경하는  작가들 중에 한 사람인 필립 로스는 이 작품으로 인해 많은 이슈를 낳게 했던 작가라고 한다.

 

 

 

이 작품이 나온 연대인 1960대를 감안해도 성과 결혼에 대한 생각은 확실히 지금에 읽어도 획기적인 이슈를 낳을 만했고 같은 유대인이면서 차갑고 냉철하게 유대인들을 바라본 그의 시선이 이 작품에 유머란 코드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써 놓았기에  날 것의 느낌을 그대로 받은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책을 살 경우 책의 선전문구나 추천사를 보게 되는데, 아마도 국내에 다른 제목으로 나온 적도 있는 작품이라고는 하나 이번 작품이 온전한 완역에 가깝도록 만들어진 것 같다.

 

 

 

번역자의 말도 그렇고 선전문구, 추천사가 거짓이 없게 느껴지는 경우도 드문데, 이 책의 경우엔 모두 해당된다는 느낌이다.

 

 

 

호밀밭의 파수꾼과는 또 다른 느낌의 30대 남자의 불평을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그 느낌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책!

 

 

 

저자 타계 5주년이 되는 올 해, 여전히 그의 남다른 필력에 빠져본 시간이다.

 

 

꼭 읽어보라고 강추한다.

 

 

 

 

 

***** 비밀을 하나 간직하는 게 인간적이듯이, 그것을 언젠가 밝히는 것도 인간적이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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