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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밀크 2016년도 맨 부커상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작품 '핫 밀크'- 그리스인 아버지와 영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소피아는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 밑에서 성장하지만 엄마의 원인 모를 다리 지병으로 인해 박사과정 학업을 포기한 채 커피점 웨이트리스로 살아가는 25실 여성이다. 전적으로 엄마의 간호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그녀는 스페인으로 엄마의 병을 고치기 위해 가게 되고 그곳에서도 마찬가지로 별반 다를 것 없는 엄마의 모든 비위를 맞추며 생활한다. 가족 중 한 사람의 건강이상, 그것도 오로지 자식 하나인 자신의 몫으로 헤쳐나가야 하는 실정인 소피아의 일상생활을 통해 그린 이 작품은 가족관계의 모순과 갈등, 여기에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성장과정과 그 이후 독립된 자아로서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이어가는 것이 아닌 전.. 더보기
의지와 증거 추석 바로 전 홈 쇼핑에 호스트가 방송 끝 무렵에 행복한 추석을 보내시라는 말 끝에 우스개 소리로 가족들 간에 싸움은 하지 마시고요~라는 멘트를 듣는 순간 모처럼 그동안 모이지 못했던 가족들의 오손도손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연상됐다. 그런 가운데 가족들 간에 어떤 부분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으로 인해 마찰이 있을 수도 있고 이것이 웃음으로 넘겨가며 지날 일도 있겠으나 깊은 문제의 회피를 더 이상 건드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 언저리에 간직된 심리도 들어 있을 수도 있는 경우도 있을 터, 이 작품을 대하는 순간 베르기요트의 마음은 어떠했을지를 생각해 본다. - 아빠는 다섯 달 전에 돌아가셨다. 첫 문장 이후로 그녀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결코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아니 단어는 수월하게.. 더보기
브처스 크로싱 '스토너'란 작품으로 친숙한 존 윌리엄스의 1960년도 출간작으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장편소설이다. 자연주 철학에 심취한 하버드 중퇴생인 앤드루스는 유산을 물려받은 돈을 갖고 서부 캔자스 산골마을 부처스 크로싱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들소 사냥꾼 밀러와 그의 친구 호지스, 슈나이더와 함께 자신의 돈을 투자하면서 밀러가 오래전 보았던 들소가 있는 콜로라도 로키 산맥 계곡을 향해 떠난다. 예상한 대로라면 가죽으로 돈을 벌어 큰 몫을 갖게 될 것이란 희망과 함께 힘들게 도착한 그곳, 자연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던 그곳은 인간들이 사는 곳과는 동떨어진 자연 그 자체다. 밀러의 광적인 사냥이 시작되고 그의 곁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앤드루스는 차츰 자신마저도 이곳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를 희미한 기억처.. 더보기
라우루스 야스나야 폴라냐 문학상, 빅 북 어워드, 리드 러시아 어워드 수상작, 뉴 스테이츠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작품을 만나본다. 기존 고전문학에 치중해 접해온 러시아 문학을 이번 이 작품으로 인해 보다 넓은 폭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만큼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작품이라 500여 페이지가 넘었음에도 글밥 속에 담긴 저자의 시적인 문체로 인해 지루함을 모르고 읽은 소설이다. 시대적 배경은 15세기 중세 러시아로 '아르세니'라는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부모가 역병으로 모두 돌아가시고 약제사이자 마을 의사 역할을 하고 있던 할아버지 흐리스토포르의 손에 성장한다. 그를 따라 약초의 유용성과 자연과 삶, 죽음에 이르는 많은 것들을 듣고 의술까지 배운 그는 할아버지 사후 그 뒤를 이어 마을 사람들에게 같은 도.. 더보기
백룸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시대에 활동했던 이선희 작가와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천희란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소설 '잇다'시리즈 세 번째로 만나보는 작품들이다. 근대 여성작가와 현대 여성작가의 만남이란 것을 통해본 오늘날 여성들의 삶 발자취를 더듬어 가는 여정은 기존 작품들에서 보인 것과는 차별성을 보인다. 이선희 작가의 단편과 장편으로 이루어진 두 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저자는 그 시대의 여성들이 자신들이 갇힌 삶에 수긍하기보다는 좀 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다리 절단 사고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에서 애정이 식었음을 느낀 '나'가 남편의 목숨값은 요구하는 계산서를 요구하는 모습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여인의 이야기를, 장편인 '여.. 더보기
습기 장르문학 IP공모전: 리노블 시즌 1 대상 수상작인 '습기' 여름 장마철이 시작되면 습기 때문에 불쾌지수가 높아지곤 하는데 이 작품의 제목 때문인가? 읽는 내내 끈적거림이 다시 올라오는 듯했다. 어렵다던 신도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미연은 워킹맘이다.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다니며 아들 지호를 키우는 가운데 입주한 첫날부터 기괴한 일들을 마주하면서도 그런 가운데 위층에 살고 있는 영희 엄마를 알게 된다. 회사일에 쫓겨 지호를 돌보야 할 때 영희 엄마의 도움을 받지만 그녀의 독특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의지하게 된다. 워킹맘으로서 교육에 대한 정보나 같은 또래 엄마와의 교류가 수월히 않았던 미연은 좋지는 않지만 영희 엄마에게 의지하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아들과 남편.. 더보기
낙원은 창백한 손으로 시작부터 강렬한 문장으로 시선을 끈 작품이다. 진행되는 흐름이 연신 쫄깃한 두근거림을 느끼면서 읽게 된 작품, 읽으면서도 초반 범인에 대한 지목 대상이 정말 그러한지에 대한 생각을 하며 추리를 하게 만든 내용들이 영상처럼 흐른다. 강원도 선양군 에덴 종합 병원에서 식물인간처럼 누워있는 연명치료를 거부한 병원장이 살해되는 사건을 토대로 벌어지는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 경찰청 강력범죄 팀이 합류하면서 다뤄지는 일을 필두로 과거 15 년 전의 사건과 연관이 되면서 두 갈래의 사건이 어떤 사연을 담고 있는지를 풀어나간다. 아버지로부터 고향엔 다시 오지 말 것을 들은 차도진 변호사, 어린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이 왜 지금에서야 그를 다시 과거로 돌아오게 하는지, 정작 그 자신 스스로 죄인처럼 살아갔.. 더보기
사방에 부는 바람 책 제목이 이렇게도 와닿는 경우가 있을까? 읽으면서 사방에 몰아치는 계절의 위협과 그런 가운데 끝끝내 손에서 놓치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내 심금을 울린다. 부모로부터 사랑은커녕 머릿속에 그녀 자신이 스스로 각인시킨 성장 환경을 박차고 나왔을 때부터 이미 그녀의 마음속엔 누구보다도 불타는 심장이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여정은 한 인간으로서 살아내야 하는 그 고난의 감정이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사랑을 믿고 시부모의 사랑으로 비로소 안정적인 삶에 안착을 하지만 그런 그녀 엘사를 비롯한 평생 땅을 통해 자신의 노력만큼 되돌려준 자연의 자비는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1930년대 텍사스 주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 모두가 겪는 생존의 나날들은 마치 상상이었으면 좋으련만 하는 심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