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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이터 소설가로서 유명한 길을 걷고 있는 헬레나 로스- 부와 명성을 갖고 있는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있으며 곧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될 글을 출간하기 위해 대필 작가를 필요로 한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출간을 전적으로 맡아왔던 대리인 케이트에게 요청한 인물은 다름 아닌 앙숙처럼 서로의 작품에 대해 신랄한 비난을 서슴지 않는 사이인 마르카 반틀리다. 실제 만나본적도 없는 사이였지만 자신의 글 취향과 같다는 공감대 형성, 말 못 할 비밀을 풀어내기 위한 적격자로서 그만한 인물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바, 마르카는 이에 응한다. 처음부터 헬레나는 자신의 기억을 반추하며 4년 전 남편을 죽였다고 고백한다.(이는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말이자 후에 책이 완성되는 말미에 마르카가 알게 되는 진행으로 생각한다.) 추리소설.. 더보기
약속 어제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 소식을 접하면서 수상작품에 대한 관심을 둘러보게 되는 작품들이 있다. 이 작품 또한 2021년 부커상 수상작으로 자신의 고국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배경으로 다룬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이다. 이야기는 정말 단순하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집에서 일하던 가정부에게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을 물려주라는 '약속'에 대한 이야기- 언뜻 보면 약속이 지닌 의미에 담긴 어떤 명문화된 문서도 아니고 그저 오랜 투병생활 동안 자신의 모든 수발을 다 들어준 살로메란 가정부에게 집을 물려줄 것에 대해 엄마 레이첼과 아빠 마니가 나눈 이야기를 들은 막내 아모르의 주장으로 시작되지만 모두 일말 모르쇠로 일관된다. 특이하게도 이 약속에 대한 이행절차에 대해 말이 나오는 계기는 모두 네 번의 장례를 거치면.. 더보기
패스토럴리아 역시 단편의 거장이란 말이 괜한 말이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는 작품집이다. 총 6편의 단편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그린 세계는 현실 속의 불협화음과 그런 껄끄러움이 실상은 보고 싶지 않아도 살아가는 인생의 한 이면에 있는 부분이란 것을 그만의 유창한 문장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책 제목인 '패스토럴리아'만해도 그렇다. 테마파크에서 동굴 속 야만인 흉내를 내며 염소를 구워 먹고 '인간 폐기물'을 처리하며 영어 금지, 벌레를 잡아먹는 척하며 살아가는 '나'- 동료에 대한 심사평을 올려야 하는 과정 속에 해고의 불안이 닥치면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입장의 불편함이라니... 그런가 하면 종교에 빠진 여동생과 살고 있는 와중에 자신의 인생이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윙키), 가장 현실적인 백인 저소득층의.. 더보기
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클래식 후더닛의 제왕이란 별칭이 붙은 에드워드 D. 호크가 쓴 단편집인 이 책은 단편의 대가답게 총 12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편이 주는 이제 막 본 궤도에 오를 때 즈음 빠른 결과로 이어지는 특성상 장편을 선호하는 분들에겐 아쉬움을 느낄 수없을 만큼 상상력의 이야기꾼을 만났다는 것을 느낄 것 같다. 전직 의사로서 은퇴한 샘 호손 노인이 자신이 해결했던 사건들을 회상하며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 이야기들은 우선 소재의 기막힌 선택과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퍼즐형식의 즐거움이 놀랍게 다가온다. 한편도 아닌 열두 편의 저마다 다른 이야기 구성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샘 호손이란 캐릭터의 활약도 그렇고 편집자로서 엘러리 퀸이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작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 더보기
하야부사 소방단 샐러리맨들의 애환을 통한 추리 미스터리물을 쓰는 작가, 이케이도 준의 작품은 이번엔 도시와 떨어진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소설가인 미마 다로는 취재차 들른 아버지 고향인 하야부사의 매력에 빠져 도시생활을 접고 이곳으로 이사를 온다.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이 그렇듯 서로가 친밀하게 정을 나누는 곳이라 그 또한 마을 자치회에 참석했다가 마을 사람들 권유로 마을 소방단에 가입하게 된다. 소방서가 거리가 멀기에 마을 자치 자경단 개념처럼 만든 소방단은 마을에 봉사활동을 비롯해 소방 활동을 겸한다. 유비무환으로 만들어진 소방단, 그렇지만 마을에 연쇄방화가 일어나고 마을 청년의 주검은 살인인지 사고사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연쇄방화와 살인사건은 다로가 사건 .. 더보기
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화재의 색]에 이은 3부작 시리즈로 불린 마지막 작품, [우리 슬픔의 거울]이다. 처음 작가의 작품을 접했던 것이 추리 스릴러였는데, 당시 작품들을 떠올려보면 한순간도 놓칠 수 없었던 재미와 긴장감을 준 작가란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이 '오르부아르', '화재의 색'을 읽었을 때는 조금은 생소했던, 그렇지만 나름대로 여전히 그만의 재미와 역사적인 배경을 다룬 이야기는 추리와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이 작품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반발직전을 배경으로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저자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교사이자 레스토랑 여직원인 루이즈가 단골손님인 70대 노인으로부터 옷 벗은 모습을 보고 싶다는 엉뚱한 제안을 받아들여 그 앞에서 옷을 벗으면서 벌어지는 상.. 더보기
휴먼 카인드 연일 오르내리는 끔찍한 사건들을 접할 마다 드는 생각 중에 하나가 인간 안에 내재된 본성은 무엇인가를 떠오르게 한다. 이미 동양권이나 서양권에서 성선설, 성악설에 관한 내용들을 알고는 있지만 과연 그렇다면 이분법적으로 우리들은 선과 악으로 구분되어 태어나는 것인지, 아니면 기타 여러 환경들로 인한 영향 때문인지에 대한 생각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룬 저자의 책을 리커버 특별판으로 접했다. 저자는 악보다는 선에 가까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를 다양한 자료 수집과 통계, 실험과 사례들을 통해 이미 널리 알려진 '이기적인 유전자'에 대해 다른 내용을 전한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에서 보인 내용들이나 '문명의 붕괴'에 나오는 '이스터섬의 이야기,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전기충격) 실험과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 더보기
항구의 니쿠코짱! 표지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느낌, 두 사람이 다정히 앉아 등대가 보인 곳에서 바다를 품어 안듯 바라보는 그림이 정겹게 느껴진다. 뚱뚱해서 니쿠코라 불리는 엄마, 실제 이름은 기쿠코지만 이름인들 무슨 상관이랴~ 순박한 성정이 오히려 때 묻은 사람들 때문에 바보처럼 여겨지는 단점이 있지만 그 누구보다도 착하다는 심성은 딸인 기쿠코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품을 이용해 엄마 주위에 맴도는 남자들은 멀쩡한 사람은 없고 오히려 남자들의 빚을 갚아나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 이해를 못 할 때가 있다. 자신과는 다르다고, 그저 먹는 것 좋아해서 뚱뚱한 모습을 지닌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는 딸의 입장은 마치 홀쭉이와 뚱뚱이처럼 상대적이지만 어느새 그녀들이 항구 마을에 이사하고 익숙해져 가는 모습이 평범함의 일상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