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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

느긋하게 산다. 일러스트레이터 겸 만화가인 저자가 선보인 곤충들의 삶, 세밀화는 아닌데 특징을 잘 포착해서 그린 점들이 우선 눈길을 끌었다. 천적인 곤충들의 관계와 동화 속에서 보인 내용과는 다른 차별화된 내용들이 인간사에 깃든 편견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의 천적 관계는 만나고 싶지 않아도 자꾸 보게 되는 멀고도 가까운 사이, 피할 수 없다면 보기는 해야 할 텐데, 이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흡사 인간관계에서도 어쩔 수 없이 부딪치는 문제에 대비해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공벌레의 존재는 작은 사이즈에 어울리게 곤충들이 벌이는 스포츠 축제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축구 시합에 공으로 쓰인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킥이 너무 셀 것 같다며 다른 곤충의 제안을 거절하는 모습에.. 더보기
도둑맞은 자전거 대만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으로 이전 출간작인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를 통해서 친근감이 드는 작가다. - 내가 들려줄 이야기는 자전거에서 시작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도둑맞은 자전거에서 시작된다. “철마가 우리 가족의 운명을 바꿔놨어.” 어머니는 툭하면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는 신역사주의자다. 어머니의 기억 속에는 위대한 인물도, 영웅도, 진주만 폭격도 없다. 어머니가 기억하는 건 자전거를 잃어버린 것 같은 잡다한 이야기뿐이다. 1992년 타이베이의 가장 큰 상가가 없어지면서 아버지와 함께 사라진 자전거, 주인공 '청'은 프리랜서로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작가로서 한 독자가 자신이 쓴 소설의 결말 부분인 '자전거'의 행방을 물어본 것을 기회로 터부시됐던 아버지와.. 더보기